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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로로 벌어진 얇은 눈구멍 안으로 눈을 감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빛이 밀려 들어왔다. 철로 된 투구가 달아오르기 시작하자 불은 당장 투구를 벗어 옆구리에 끼웠다. 도끼의 양날에서 쉴 새 없이 방울져 떨어지던 혈액과 살점은 어느새 검게 타들어가 탄내를 풍겼다. 그러나 다음 순간, 외마디 비명 뒤 익숙한 고함이 공격자의 죽음을 전했다.
"치프, 괜찮아요? 양쪽 가슴 다 무사한 겁니까?"
"아직 거대하게 건재하지, 크렘. 아기 새처럼 이걸 보기만을 기대하고 있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마음이 아프군."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 그랬다. 잠시만 한눈을 팔더라도 불은 그의 목젖 아래로 들어차는 칼날의 냉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적대적인 마법이 온 살갗을 스치고, 장막을 가르고 악마가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전투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니까.


야영지를 야습한 불과 돌격대는 천막과 철창을 지키는 보초들의 성대를 베어 넘기며 잠행의 수명을 연장해나갔다. 곳곳에 새겨진 마법진과 보초의 감시를 피해 야영지 안으로 깊숙이 파고든 그들은 베나토리 지도자들이 잠들어 있거나, 혈마법에 이용된 노예들의 시체를 밀어 넣은 곳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천막을 발견했다. 그곳을 지키던 보초들은 꾸벅이며 천막과 침낭을 지키고 있는 보초들보다 무장 상태도 좋았다. 푸른 마법진이 손바닥 안에 가라앉아 아직도 냉기를 뿜을 듯 뻣뻣하게 당겨진 손목을 천막 옆으로 걷어차 굴리며 크렘은 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은 도끼날에 가까이 닿도록 자루를 쥐었다.
천막 안에서 벌어진 싸움은 성급하고 짧았다. 그들이 애타게 찾던 것이 바로 눈앞에 담겨오는 상황에서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란 어려웠기 때문이다. 목과 손목을 고정하고 있던 나무로 된 틀을 부수자, 그의 몸은 너무나도 가벼이 품 안에 떨어졌다. 도리안의 몸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아니었다면, 불은 그의 한계까지 밀려 들어올 공포와 분노를 통제하느라 한동안 움직일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피와 진흙이 말라붙어있는 발과 헤진 샌들. 불의 가슴은 옥죄어들었다. 숲길과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 새겨진 행렬의 흔적을 따르며 수백 번도 넘게 찾고 더듬었던, 한 손에 잡히는 아몬드 색의 발. 그에게 곱지 않은 부분이 한 군데 있기나 할까? 불은 도리안의 족적을 찾을 때마다 마치 지금 당장 불의 손안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손아귀에서 경직돼 움츠러들던 양발의 모양과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행렬에서 낙오되거나 보급을 기다리던 작은 베나토리 무리들을 도륙하고 노예들을 철망이 얽힌 바닥에서 단단한 흙을 딛게 하며 들었던, 당신들이 찾는 이는 이곳에 없다는 말들이 반복될 때마다, 그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은 불을 고통스럽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불을 더욱 의연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도리안"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가지런히 맞물린 검은 속눈썹은 벌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낙심한 불을 달래는 것은 도리안의 목을 받친 손을 타고 느껴지는 맥박의 규칙적이고 강한 고동이었다. 그는 도리안을 안아 든 몸을 일으켜, 돌격대에게 눈짓했다. 여기서 나가자. 금방 생겨난 거대한 불덩이가 그들의 옆을 스치고 날아가 천막을 찢어버리기 전까지는, 도리안에게 의식이 없는 지금으로썬 일단 그를 데리고 조용히 빠져나갈 계획이었다. 목을 가로지른 상처에서 울컥거리며 터져 나온 피가 마법사의 손을 새로 자란 피부처럼 덮었다. 작은 핏방울이 위아래로 요동쳤다. 혈마법이다! 불의 외침에 돌격대는 너나 할 것 없이 천막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이 전투의 시작이었다.


불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베나토리의 손에서 스파크가 튀었고, 불은 달려가 곧바로 베어냈다. 척추에 한 번 더, 불은 도끼를 휘두른 방향으로 쓰러지는 베나토리의 머리 너머 분노의 악마를 얼음 장벽 안에 가두는 데일리쉬를 부른다. 데일리쉬는 이 난장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공격을 퍼붓는 이였다. 얼어붙은 분노의 악마를 몇 조각의 부서진 얼음으로 만든 뒤 그는 대답했다.
"내 뒤를 봐줘."
"알겠어요."
불길에 집어삼켜진 천막은 뼈대와 천과 가구가 까맣게 뒤섞여 저주받은 거대한 거미의 집처럼 서 있었다. 두껍고 단단한 잔해더미 뒤 어떤 이의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 불이 뉘여놓았던 도리안은 어느새 몸을 일으킨 채 욕을 쏟아내고 있었다. 양 팔을 뻗어 손을 마주본 채로- 그의 손 안에서는 회색 연기만 희미하게 빛났다 사라졌다. 도리안의 얼굴은 수척하고 지쳐보였다. 눈가의 근육은 잘게 떨리는 채로 신경질적인 주름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가벼운 키스조차도 허락해줄 것 같지 않았다. 입술에도, 콧등, 이마, 머리카락, 어느 한 곳에도. 불은 잠시 멈춰 벅차오르는 감정과 여러 외침을 갈무리하고 목구멍 안으로 삼켜내야 했다. 불이 입을 열기 전에 고개를 든 도리안이 일정하지 못한 높낮이로 먼저 말을 건넸다.
"불. 날 구하러 왔군."
"도리안... 다친 곳은 없어?"
다친 곳? 막혀 들어간 불의 목소리와 대조되는 사나운 음성이 터져 나왔다. 물리적으로, 아니면 정신적으로? 가슴을 크게 들썩이는 그의 손에서는 간헐적으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은 몸을 낮춰 앉아 도리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도리안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고, 그런데도 불을 그대로 응시하고 있었다. 도리안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물리적으로는, 틀에 고정되어있느라 굳고 헐어벌인 목과 손목이 있지, 쉬지도 못하게 걷게 해대는 바람에 죄다 까진 발은 어떻고? 정신적으로는? 카파스! 불, 내 꼴 좀 봐. 게다가, 둘 모두를 통틀어서는, 내가 행할 마법의 규모가 극단적으로 줄어들게 만드는 혈마법이 있지. 이 망할 목걸이가 혈마법의 효력을 집중시키는 장치야. 마법이 끊기지 않는다면 이 목걸이도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을 거고. 내 손에서 지금 나오고 있는 마법이 숭고한 평원에서 네가 기겁했던 마법이라면 믿겠어?"
불은 마법에 걸려 사자들이 기어 나오던 구덩이와, 그것을 모조리 태워버렸던 화염 장막을 떠올렸다.
"여기서 갑자기 발동된다면.."
"아마투스. 어떤 마법이든 제대로 발동하기만 한다면 우리 둘 정돈 내가 지킬 수 있어."
그는 상처받은 자존심에 대해 날을 세웠다. 불은 베나토리에 의해 먼저 깊이 다쳤을 그의 마음을 생각하며 사과의 말을 허 끝에 내었지만 도리안은 그것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불의 어깨를 끌어당긴 도리안의 손가락은 까맣게 탄 채로 흩날려 부서지는 천막 너머 입술을 움직이는 베나토리를 향했다. 불은 그를 알아보았다. 치유 마법을 사용한 건지 목에 난 상처에서 더이상 피는 뿜어져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손끝에선 여전히 핏방울이 굴러다녔다.
"저놈이 주문을 유지하고 있는 놈이야. 망할 혈마법이 과연 제 끊어진 숨통까지 다시 붙일 수 있나 보자고."
"도리안, 카단.. 이 정도 난장판은 나랑 우리 애들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 이미 넌 충분히 끔찍한 시간을 보냈잖아, 조금이라도 쉬어야 하지 않을까?"
도리안은 바람 소리가 날 것처럼 빠르게 고개를 돌려 불을 쳐다봤다. 언뜻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표정은 명백히 포도를 까먹으며 소파에 누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심문회에서 일했을 때를 떠올려보자면, 도리안이 몇몇 베나토리와 얽혀있던 원한 관계를 처리하기 위해 심문관에게 요청했던 것은, 죽음이었다.
무기에서 흘러내린 피는 손가락의 마디와 손금 사이로 집요하게 말라붙어있었다. 도리안은 자신의 볼 가까이에서 표류하는 불의 손을 끌어당겨 손등에 볼을 맞댔다. 불의 손에 힘이 실렸다. 마법사를 죽이고 나면, 바로 네가 알 수 있게 알려줄게. 눈을 깔고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이던 도리안은 불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오.. 아마투스. 당신이 알려주지 않아도 내가 먼저 알게 될 거야."


불이 마법사의 품에서 도끼의 날을 뽑아내던 순간, 그는 댐에서 방류된 물처럼 야영지 외곽에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보랏빛 안개를 발견했다. 손으로 코와 입을 감싸기도 전에 안개는 야영지의 외곽부터 피워진 모닥불과 기둥, 텐트를 타고 올라 결국은 두꺼운 장막처럼 온 야영지에 드리워졌다. 처음에는 베나토리의 지원군이 만들어낸 연막으로 알았지만, 잠시 뒤 불은 그와 돌격대에게 쏟아지던 공격이 모두 멎은 것을 깨달았다. 베나토리들은 불과 돌격대에게 겨누던 지팡이 끝을 서로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서로를 향한 공격에 죽어갈 때마다 그들의 몸은 검게 폭발하며 나머지를 다시 상처입혔다.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베나토리는 없었다. 비현실적인 광경에 몸서리치던 불과 돌격대는 수확을 기다리듯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적을 처리해갔다.
더이상 살아있는 적이 없다고 여겼을 때, 야영지에 깔린 안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안개가 걷힌 야영지의 가운데에서 죽은 베나토리의 지팡이를 버팀목 삼은 채 도리안은 서 있었다.


돌격대는 도리안을 납치한 베나토리의 목적을 찾고, 남겨진 노예들을 풀어주기 위해 야영지에 남았다. 불과 도리안은 그들에게서 떨어져 있었다. 베나토리 무리가 지나왔던 길, 불과 돌격대가 그들을 쫓았던 흔적을 되짚어가던 도리안과 불은 적당한 그루터기를 발견해 작게 불을 피우고 그곳을 얘기를 위한 쉼터로 삼았다.
도리안이 불에게 당장 나누고 싶어하는 얘기 중에서, 납치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불은 언제나처럼 도리안을 존중해 깊이 캐묻지 않았다. 모든 위협이 죽어버린 뒤, 적대적인 시선과 목을 겨누는 칼날, 시시각각 그를 쥐고 흔드는 빙의의 위협에 대한 기억이 도리안의 머릿속을 고삐 풀린 말처럼 마구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안도와 애정이 샘솟는 그의 연인의 눈을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은 그 기억들에 빠져 허우적댈 때가 아니라고 도리안은 확신했다. 앞으로 그의 인생에 남아있을 시간 중에 그 기억을 곱씹을 나날들은 차고 넘칠 정도일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상 자국이 자리했었던 피부를 쓸어내리며 도리안은 불의 가슴에 머리를 댔다. 도리안의 손목과 목에는 형틀이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낸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었다. 도리안의 손목을 쓰다듬던 불의 손가락 안으로 도리안은 손을 밀어 넣어 깍지를 꼈다. 기력이 없어 힘든 거라면 야영지에 있을 스티치에게 물약을 부탁하겠다고 했지만, 도리안은 거절했다.
"당신이 심장이 박살 난 표정을 짓는 건 흔치 않잖아"
"이만하면 내 모든 걸 줬다고 생각했는데. 제국의 마지스터가 가진 탐욕은 상상 이상이었군."
도리안은 다른 말을 얹지 않은 채 불에게 입 맞췄다. 불의 쇄골과 목 뒤를 더듬어 올라간 도리안의 손을 불이 다시 한번 포개어 잡았다. 그는 손바닥 안에서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기운을 느꼈다. 도리안은 자신의 상처를 마저 치료하고 있을 것이었다. 도리안은 불에게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떨어져 나왔지만, 한 순간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의 입술은 불의 입술에 거의 맞닿아있었다. 그가 목을 가다듬는동안, 불은 도리안의 눈을 내려다보며 이마로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넘겨주었다.
"너를 고용할 계획이야. 너와, 돌격대를.. 경호원으로."
불은 눈을 좁히고 도리안을 마주보았다. 그 눈길을 피하는 둥 도리안은 마저 말을 이었다.
"물론 나와 관계된 모든 곳에서 반발이 일 거야. 소문은 민라투스에사는 모든 이들의 입에서 뒹굴겠지. 약혼을 깬 채로 가문을 뛰쳐나갔지만 여전히 밝혀진 정혼자는 없는 마지스터 파부스, 최근 건장한 쿠나리가 이끄는 용병단을 저택에 들여 동거 중! 이 뒤로는 온갖 추잡한 상상력을 동원해 짜낸 이야기가 덧붙여지겠지. 흥. 우리가 정말 어떻게 뒹구는지도 모르면서도."
도리안은 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 안에는 애정이 가득 서려 있었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는 명백했다. 도리안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불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었다.
"내가 널 고용한다면, 민라투스로 오겠어?"
"카단.. 만약 너를 찾으러 와서 보답하려고 하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돼. 네가 여기 바로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족하니까. 그리고... 그럴 수 없어."
"같이 있고 싶다고 했잖아. 할람쉬랄에서도, 매가 전해주는 편지나, 티빈터에서, 가끔 만나서도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그렇지. 하지만 너무 위험해. 우린 아직 베나토리의 목적도 몰라. 어쩌면 정치적인 이유로 널 납치한 배후가 있을지도 모르지. 네 파멸을 또는 죽음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아이들 중엔 티빈터에서 크게 한탕 해먹은 녀석들이 있잖아. 네가 상처 입고 쓰러지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면 우린 그들의 손에 놓인 장난감과도 같게 돼."
도리안은 어느새 고개를 떨군 채 불의 가슴에 이마를 기대고 있었다. 불은 팔을 들어 올려 그의 어깨를 껴안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나직이 덧붙였다.
"어떤식으로든 널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카단."
침묵은 길었다. 도리안은 고개를 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장작을 모두 태워낸 모닥불은 서서히 밝기를 잃어갔으나, 이윽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저절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미안해. 방금 했던 제안은 나보다도 당신을 더 다치게 할 수도 있겠지. 내 생각이 짧았어. 나도 당신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당신의 바람을 이루어 준다는 말이었지만 나도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서... 미안해."
외마디 신음을 내뱉은 불은 도리안을 세게 끌어안았다. 이윽고 그는 도리안이 피실피실 웃으며 밀어낼 때까지 온 얼굴에 키스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어때? 편지의 답장에 조금 더 신경쓰도록 할게. 너무 오랫동안 술집 주인에게 맡겨놓지도 않을 거고, 편지를 가져온 매를 너무 오랫동안 데리고 있지도 않을게."
"다양한 방법으로 셀 수 없이 종용했지만 전혀 변함이 없었던 게 과연 한순간만에 바뀔지 의문이 드는데"
"카단, 내가 한 순간에 돌변하는 모습을 정말 본 적이 없어?"
"음.... 글쎄.. 다른 이들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 다시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들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날이 밝으면 일행은 다시 민라투스로 여정을 떠날 것이었고, 도리안을 구출하기 위해 민라투스에서 보낸 병력을 만나게 된다면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적어질 것이다. 도리안도, 메이베리스도, 어떤 마지스터도 표면상으로는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배후가 있다면, 또한, 아주 만약에, 그것이 도리안의 아버지와 관련이 있다면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도리안이 불과 다시 헤어지게 된다면, 만남을 기약하기는커녕 편지로 제때 소식을 나눌 수 있을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일 일일 정도로. 그 기나긴 헤어짐을 떠올리자면 벌써부터 가슴이 무너지는 듯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할 수 있는 여정을 최대한 느끼기로 했다. 가장 첫번째로는, 다른 이들과 떨어져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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